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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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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기차여행
칙~폭 픽칙폭폭 낭만의 철길을 달린다.
2008년 11월 15일 (토) 경인일보webmaster@kyeongin.com
   
▲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경의선. 곧 복선화로 옛 모습은 사라진다.

겨울 초입, 어디 가볼만한 여행지 없을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께 권해 드린다. 경의선 기차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떠신지.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다. 느긋한 마음으로 기차에 몸을 싣기만 하면 된다.

열차표는 왕복 3천원이면 충분하다. 김밥 등 간식거리를 준비해가도 좋겠다. 삶은 계란에 사이다 한 병도 빼놓지 말자. 열차 차창 밖으로는 복잡한 도심이 보이기도 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직 옛 정취를 간직한 조그마한 역에 서기도 한다. 무인역도 있다. 그리고 멋진 작품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있다.

   
▲ 임진강역

경의선은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이 그해 2월 21일 서울~의주간 군용철도로 개설한 철로다. 서울역에서 신촌과 수색, 일산, 운정, 금릉, 파주, 문산을 거쳐 도라산까지 운행된다. 경의선은 근대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전쟁, 미군주둔과 철수, 남북철도 연결 등 민족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현재 교하신도시와 파주 LCD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이에 따른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복선화 공사가 한창이다.

2009년 복선화가 완료되면 경의선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현대적으로 재단장한 역사가 많이 들어서 있다. 아직도 옛 정취가 남아있는 역을 꼽으라면 운정역(雲井驛)이다. 고양시 일산역을 지나 파주에 처음 만나는 역이다. 한국전쟁 직후 건립된 운정역의 외관과 형태는 전형적인 옛날 역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대합실에 들어서면 석유난로가 덩그러니 놓여 있고 벽에는 낡은 달력이 펄럭인다. 초록색 페인트칠을 한 나무의자에는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손님이 서넛 앉아있다.

"요즘은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버스 노선이 잘 정비되어 있으니까 사람들이 굳이 기차를 탈 필요가 없지요."

   
▲ 옛 정취가 남아있는 운정역.

장윤진(70) 역장은 2004년부터 운정역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지금은 출퇴근하는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지갑을 안 가지고 온 이들에게는 표를 외상으로도 주고 그러죠 뭐. 다들 아는 얼굴이잖아요. 가끔씩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 먹을거리를 표값 대신 갖다 주는 분도 계시고요. 허허."

운정역 한 편에는 옛날 증기 기관차 운행 시절, 열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쓰이던 급수탑이 남아있기도 하다.

경의선에는 무배치 간이역도 있다. 문산읍 운천리에 있는 운천역이다. 운천이라는 명칭은 산골짜기마다 구름이 샘 솟듯 솟아나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2001년 문산~도라산 철길을 복원했을 당시만 해도 없던 역이었지만, 근처 주민들이 불편한 교통을 이유로 중간역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해 2005년 임시승강장을 만들고 영업을 시작했다. 별다른 건물조차 없는 임시역이기 때문인지 시골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가 있다. 열차가 도착할 때 쯤이면 통일촌~문산간 93번 시내버스와 마정리~문산간 100-94번 마을버스가 오는 게 전부다.

   
▲ 임진강역에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글을 붙여놓은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다.

열차의 종착지는 임진강역이다. 지도 위의 경의선 종착역은 신의주이지만 현실의 종착역은 임진강역이다. 남한에서 민간인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경의선의 마지막 역인 임진강역. 2001년 9월30일 경의선 문산역~임진강역 6㎞ 구간이 개통된 이후 임진강역을 찾는 방문객들은 하루 평균 500명 정도에 이른다. 실향민들은 여기 내려 망연히 북녘을 바라보기도 한다. 푸른 눈의 외국 관광객들의 인기 관광 코스기도 하다.

주말이면 임진강역은 디지털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로 붐빈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만들어진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는 바람개비가 가득한 바람의 언덕과 수상카페,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사람 모양의 조형물, 하얀 천을 빨래처럼 늘어놓은 거대한 깃발 모양의 작품 등이 있어 디카족들의 출사지로 인기가 높다. 평화누리 옆에는 6·25전쟁 당시 포로교환에 사용됐던 자유의 다리가 있는데 자유의 다리와 인근의 철도중단점도 근사한 사진 포인트다.

   
▲ 평화누리 공원의 명물 바람개비. 디카족들의 인기 촬영지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갈 수 있다. 도라산역은 아직은 기차로만 갈 수 있는 곳. 서울역을 비롯한 경의선 각 역에서 승차 가능하지만 임진강역에서 내려 민통선 출입수속을 밟은 후 다시 도라산행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는 채 5분도 안되는 3.75㎞. 도라산행 열차로 갈아타고 임진강을 건넌다. 푸른 강물을 조심스럽게 건넌 철마가 철조망과 지뢰밭을 지나자 망향의 땅에 세워진 도라산역이 여행객을 반긴다.

역에 내려 왼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이 도라산이다. 해발 156m. 935년 신라 천년의 사직이 무너지면서 경순왕은 고려의 왕건에게 항복하고, 왕건은 경순왕을 자신의 딸인 낙랑공주와 결혼시켰다. 그러나 경순왕은 아침저녁으로 산마루에 올라 신라의 도읍을 향해 눈물지었다고 한다. '도라(都羅)'라는 산이름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자유의 다리. 포로교환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천년의 세월이 흐른 후 실향민들은 포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도라산을 괴나리봇짐을 지고 넘었고, 다시 52년의 세월이 흐른 2002년 설날 아침 600여명의 실향민을 태운 망배열차가 처음으로 망향의 땅인 도라산역까지 달렸다. 8일후에는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를 긴장관계에 몰아넣었던 부시 대통령이 방문해 '이 철도가 한국가족들을 합쳐주길 기원합니다'라는 문구를 침목에 서명함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도라산 역에서 다시 임진강역으로 가는 열차에 오른다. 차창 밖으로는 추수를 끝낸 들판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멀리 철새떼가 무리지어 반공을 휘젓는다. 어느새 겨울이 왔음을 새삼 느낀다.

   
서울역에서 경의선 열차를 탈 수 있다. 서울발 열차는 오전 5시50분이 첫차. 신촌, 가좌, 수색, 화전, 강매, 행신, 능곡, 대곡, 백마, 일산, 탄현, 운정, 금릉, 금촌, 월롱, 파주, 문산, 운천을 거쳐 임진강역에 닿는다.

도라산행 기차는 서울역을 비롯한 경의선 각 역에서 승차 가능하지만 임진강역에서 내려 민통선 출입수속을 밟은 후 다시 도라산행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지정된 열차로 들어갔다 지정된 열차를 타고 나와야 한다.

서울역∼도라산역 철도운임은 편도 1천400원. 철도고객센터: 1544-7788.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가려면 임진각 또는 임진강역에서 운영하는 연계관광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명재상 황희의 반구정, 율곡 이이의 자운서원 등도 그리 멀지 않다. 임진각 두지리 나루터에서는 황포돛배도 탈 수 있다. 파주시청 (031)940-4362, 임진각관광안내소 (031)953-4744, 도라산평화공원 (031)940-8342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글·사진/최갑수 여행작가 ssu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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