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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화천 안개여행… 몽롱하게 헤매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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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화천 안개여행… 몽롱하게 헤매는 시간
사진작가 유혹하는 두물머리 아늑한 물안개
2008년 10월 25일 (토) 경인일보webmaster@kyeongin.com
   
▲ 파로호의 새벽안개. 일교차가 큰 요즘이면 안개가 호수를 가득 메운다.

새벽이면 우윳빛 안개가 스멀스멀 몰려와 도시를 뒤덮는다.
아파트도 가로수들도 길을 지나가는 행인들도 모든 것이 안개 속에서 어슴푸레하다. 안개는 너무 짙어서 손을 내밀면 물알갱이가 손에 잡힐 것만 같다. 일교차가 큰 요즘이면 '안개여행'이라는 테마를 잡고 여행을 떠나도 괜찮을 것 같아 지도를 펼친다.
양수리를 지나고 경춘가도에 올라 춘천을 지나 화천으로 가는 길을 눈이 거슬러 오른다. 그 길은 두물머리를 지나 춘천호·의암호·소양호가 있는 춘천을 지나 화천의 파로호에 닿는다.
그래, 안개 속으로 떠나보는거다.

신문을 펼쳐도, TV 뉴스를 봐도 즐거울 일이 없는 요즘이다. 소란스럽고 스산하고 불길하다. 안개 속으로 꼭꼭 숨어보는 것도, 하루 이틀 쯤 현실을 벗어나 안개 속을 몽롱하게 헤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여행은 양수리에서 시작한다.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두 큰 물이 합쳐진다고 해서 두물머리라고도 한다. 요즘 새벽이면 두물머리에 삼각대를 든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고요한 강물에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담기 위해서다. 운이 좋으면 새벽안개 속으로 사라져가는 조각배도 담을 수 있다.

두물머리 한쪽에 서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도 볼거리. 수령이 400년 이상 되었다는 느티나무는 귀기가 느껴질 정도다.

두물머리에서 45번 국도를 타고 북한강을 거슬러 오르면 수종사와 만난다. 운길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종사는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종소리를 낸다 해서 수종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종사가 아름다운 이유는 절에서 바라보는 풍경때문. 멀리 한강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이 풍경을 서거정은 "동방 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고 했다. 절 마당 한 쪽에는 통유리로 벽을 세운 삼정헌이 있다. 녹차 등을 마실 수 있는 다실인데 절을 찾는 누구에게나 무료다.

   
▲ 낚시꾼들만 알음알음 찾는 오지 상무룡. 새벽녘 산등성이에 안개가 걸려 있다.
다음 코스는 춘천이다. 양수리를 빠져 나와 경춘가도에 오른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한들거린다. 차창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상쾌하다. 길은 가평을 지나 춘천 의암호에 닿는다. 신현강 협곡을 막아 1967년 만들어진 인공호수인 의암호. 참 예쁜 호수다. 도시 한 가운데 들어앉아 있지만 인공적인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다지 광활한 것도 아니다. 고만고만한, 적당한 넓이를 가진 호수다. 모든 호수가 그렇듯 의암호 역시 평화롭고 고즈넉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안개 가득한 호수 한 가운데 중도가 떠있다. 보일듯 말듯한 그 모습이 마치 신기루같기도 하다. 섬 위로 키 큰 활엽수가 줄지어 서 있고 그 뒤로 삼악산·향로산이 아득하게 보인다. 소슬바람이 안개를 걷어가면 삼악산의 짙은 그림자와 솜털같은 가을 구름이 호수 위에 드리운다. 수면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인다.

가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은 호수다. 부쩍 커진 일교차가 새벽마다 호숫물을 길어올려 물안개를 피운다. 물안개는 어쩌면 가을을 알리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의암호에서 화천쪽으로 20여㎞를 가면 춘천호다. 북한강 지류를 막아 1965년 만들었다. 춘천호는 의암호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산비탈을 따라 도로가 이리저리 휘어지고 산모롱이를 돌 때마다 호수가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의암호의 안개가 고즈넉하게 고여 있다면 춘천호의 안개는 보다 활동적이다. 바람을 따라 산비탈을 거슬러 올랐다가 호숫가로 성큼 내려오기도 한다. 마치 자연이 숨을 쉬는 것 같다.

춘천호에 들러 볼만한 데가 있다. 고슴도치섬이다. 약 46만2천700㎡ 의 아담한 섬이다. 직선으로 1.5㎞, 둘레가 약 3㎞다. 섬의 모양이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해서 '위도'(蝟島)로 불리다가 6년전 이외수씨에 의해 '고슴도치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소나무와 자작나무·은사시나무·단풍나무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이 있다. 그리고 숲속으로 그림같은 산책길이 나 있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가을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자전거를 탈 수도 있다. 한 바퀴 돌아보는데 20~30분이면 충분하다. 숲 속 곳곳에 쉴만한 나무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북카페 '예부룩'도 추천한다. 주인장은 이상문 시인이다. 클래식 LP가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향기롭다.

   
춘천시 북쪽에는 소양호가 있다. 충주호와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큰 호수다. 저수량이 27억t에 이른다. 소양호의 거대한 담수량이 만들어내는 안개는 그만큼 두껍고 밀도도 높다. 제대로 안개가 내려앉은 날에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 꿈틀거리는 안개를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가을 호숫가에서 피어난 안개는 솜처럼 엉겨 운무가 되고, 능선으로 올라서 이리저리 떠다닌다. 산자락에 비늘처럼 박혀있는 초목을 쓸어내리다가 태양이 뜨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의암호·춘천호·소양호가 있는 춘천은 연중 250일 안개가 피는 곳. 그야말로 '안개도시'다.

안개속으로의 여정은 계속된다. 북한강 줄기를 따라 양구를 지나 화천으로 간다. 화천에는 파로호가 있다. 강원도 최북단의 호수다. 저수량은 약 10억t. 물은 떠먹어도 좋은 1급수다. 파로호의 안개는 신비롭다. 금강산 줄기에서 뻗어나온 산줄기를 따라 안개가 쏟아져 내린다. 하이라이트는 상무룡이다. 양구군에서 갈때 성곡령을 넘는다. 운이 좋다면 고개 정상에서 안개와 만날 수 있다. 산줄기를 솜이불처럼 덮고 있는 안개, 운해, 말 그대로 거대한 바다다.

상무룡은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오지마을이다. 상무룡이란 이름은 용이 춤을 춘 곳이라는 뜻. 낚시꾼들이나 알음알음 찾아온다. 주민 대부분이 마을 뒤편의 성주봉(626m)에 밭농사를 일구며 산다. 길섶에 내리쬐는 가을볕에는 고추가 말라간다. 해가 뜨고 안개가 걷히면 산중호수가 드러난다. 경치가 빼어나다. 이리저리 굽은 산비탈을 따라 물길이 흘러간다. 산비탈이 삐죽 튀어나온 호수 끝자락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 터도 있다고 한다. 밤과 새벽은 좋다. 고요함이 호수마을을 감싼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동물의 발자국 소리와 호수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소리 뿐. 가끔 이런 날이 며칠 정도는 필요하다. 모든 것에서 벗어난 시간. 아무도 나를 찾지않는 시간. 안개속에 숨어 있는 시간.

   

■ 가는 길=올림픽대로와 미사리를 거쳐 팔당대교를 넘으면 양수리. 양수리에서 두물머리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양수리에서 45번 국도를 타면 수종사. 수종사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초보자는 절 초입에 차를 주차해두고 걸어가는 게 좋을듯. 서울에서 46번 경춘가도를 타면 춘천. 춘천 입구에서 403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의암호를 오른쪽에 끼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이 길은 춘천호까지 이어진다. 춘천호를 지나 5번 국도를 이용하면 화천에 쉽게 닿을 수 있다. 파로호는 화천읍에서 약 7.5㎞ 떨어져 있다. 화천읍 5거리에서 평화의 댐 방면 461번 지방도를 타고 해산터널을 지나면 파로호 전망대가 나온다. 춘천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양구군 입구를 지난 후 성곡령을 넘으면 상무룡 마을 가는 길. '샘이 깊은 계곡' 간판을 보고 좌회전하면 된다.

■ 잠잘 곳=양수리 일대에 시설 좋은 숙박시설이 많다. 고슴도치섬의 방갈로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세종호텔(033-252-1191)은 춘천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호텔이다. 도청 건너편에 있다. 상무룡 마을에는 숙박할 곳이 드물다.

■ 먹을 거리=양수대교를 건너 좌회전하면 찾을 수 있는 강초매운탕(031-772-9059)은 양평에서 널리 알려진 매운탕 집. 춘천은 닭갈비의 고장. 남춘천역 앞의 윤일닭갈비(033-262-8303)는 춘천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 수십가지 재료로 양념한다. 닭고기도 푸짐하게 넣어준다. 파로호 구만리의 월미식당(442-3155)의 영양 메기찜도 유명하다.

글·사진/최갑수 여행작가 ssuchoi@hanmail.net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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