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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成功學

고졸로 HSBC 부회장까지 오른 '영국판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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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주먹으로 성공한 ‘영국판 이명박’
데이비드 엘든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 위원장

 

“이번 주말부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등과 만나 집중적으로 (외자 유치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

대통령직인수위 산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은 데이비드 엘든(62)은 4일 입국 순간부터 의욕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표정과 말투에 비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이 있었고 나름대로 착실히 준비를 해온 듯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공동 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자신의 블로그인 ‘엘든-온라인’을 통해 이명박 당선인과 일하게 된 소회와 각오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겠다”고 자신했다.

그의 입국 발언이나 블로그 글을 보면 사뭇 직설적이다. 은유법을 잘 쓰는 일반 은행가들과는 사뭇 다른 어조다. 실제 엘든을 아는 국내외 인사들은 “그가 타고난 행동주의자”라며 “뒷전에서 ‘감 놔라 배 놔라’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와 함께 일했던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그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앞으로 무엇을 할지 알 것”이라고 했다.

엘든은 영국판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수준인 요크공 군사학교(Duke of York’s Military School)를 졸업한 게 학력의 전부다.

하지만 그는 은행 창구직원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HSBC은행 부회장(아시아 담당)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문과 배경 하나 없이 뚝심과 능력·실적으로 자신을 세웠다. 경북 포항의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이명박 당선인과 일맥상통하는 경력이다.

HSBC은행의 한 관계자는 “엘든은 일과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부하들보다 먼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결정되면 아주 신속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여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점도 이 당선인과 일치하는 코드다.

엘든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이던 2002년 처음 만난 순간 추진력과 비전을 갖춘 인물임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그때 엘든은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의장이었다. 자문단은 2001년 서울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됐다. 2002년 행사에서 실무를 맡은 서울시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HSBC은행 부회장이라는 직함보다 그의 인생 역정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서로 첫눈에 무언으로 통했던 셈이다.

두 사람은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 2006년까지 정기적으로 만나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두고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은 엘든이 갖고 있는 글로벌 안목을, 엘든은 당선인이 청계천 복원에서 보여준 실천력과 돌파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이런 교감과 신뢰가 바탕에 깔린 덕분에 엘든은 이 당선인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폐쇄적인 나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선입견을 버리고 개방적인 나라로 인식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엘든은 이 당선인과 호흡을 맞추면 자신이 중동과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뭔가 일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그가 외국인 투자 유치와 관련해 앞으로 큰 보따리를 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과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다. 엘든은 인수위 활동을 마친 뒤 새 정부에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는 1968년 이후 두바이의 브리티시은행과 홍콩 HSBC은행 등에서 무려 37년 동안 일했다. 이를 통해 중동·중국 전문 뱅커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그는 인맥을 활용해 아시아 지역 거부들의 돈을 유치하는 데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승마클럽 회장을 맡은 것도 부호 등과 교분을 쌓은 덕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의 인맥에는 중동과 중국의 실세들이 들어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의 유력 기업인들을 초대할 때 그를 반드시 포함시킨다. 그가 HSBC를 떠난 직후 두바이 정부는 서둘러 그를 국제금융센터기구 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랍계 국부펀드 등에 한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알리고 투자를 권유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 당선인은 특히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엘든이 오일 머니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인수위 관계자는 전했다. 엘든은 또 외국인 투자에 장애가 되는 국내 법규를 손질하는 데도 여러 제안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외국인이 참여한다는 사실에 외국 언론도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심지어 그가 HSBC은행 출신이고 이 은행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 외환은행이 HSBC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를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HSBC은행 주식을 조금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아주 원칙적인 사람이다. 융통성이 없어 내 주변 사람이 힘들어 할 정도다. (인수위 자리를 이용해) 한국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엘든이 새 정부에서 그의 명성에 걸맞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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