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좋은 펀드 권해주는 은행은 따로 있더라
[조선일보 2007-08-13 06: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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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58·서울 강남구)씨는 지난 1월 일본 리츠(REITs·부동산투자) 펀드와 유럽 주식형 펀드에 각각 2000만원씩 가입했다.
은행 직원이 “고령이므로 위험을 가급적 줄여야 하며, 따라서 비교적 안정적인 선진국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거둔 수익은 150만원 정도. 반년 만에 7%를 넘는 수익률이니 은행 정기예금에 비해선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지만, 올 들어 국내 주가가 30% 가까이 오른 데 비해서는 “너무 초라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처럼 펀드에 가입할 때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 직원의 권유는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금융기관에 따라 추천하는 펀드는 천차만별이다. 금융기관에 따라 시장 전망과 전략이 다른 데다,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계열사나 관계사(자산운용사)가 만든 펀드를 추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 펀드 판매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권의 경우, 어느 은행에서 추천한 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까?
본지는 국내 9개 주요 은행에 각기 작년 하반기(7~12월)와 올 상반기(1~6월)에 가장 많이 판매한 5개 펀드(채권형 펀드 제외) 자료를 요청하고 각각 올 1~7월과 5~7월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똑같은 기간인데도 은행에 따라 수익률이 많게는 30%포인트 이상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국민은행 높고, 하나·씨티은행 낮아
기업은행은 작년 하반기에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클래스A’(43.83%·이하 지난 1~7월 수익률),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1A’(40.03%), ‘KTB마켓스타주식A’(47.46%),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44.35%), ‘그랑프리한국대표주식A’(32.40%) 등 5개 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다. 5개 펀드를 평균하면 올 1~7월에 41.61%의 수익률을 올려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았다.
반면, 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에 ‘대한차이나포커스해외주식’(33.40%), ‘한국삼성그룹적립식주식1클래스A’(43.83%), ‘한화라살글로벌리츠재간접1A’(-11.30%), ‘CJ파워아시아해외주식재간접1A’(20.02%), ‘랜드마크우량주델타플러스주식혼합60’(7.66%) 등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이들 펀드의 올 1~7월 평균 수익률은 18.72%로 나쁘지 않았으나, 은행 중에서는 낮은 편이었다.
이 같은 기준으로 나머지 은행의 펀드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국민은행과 농협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고, 우리은행·씨티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개별 펀드 별로는 국민은행이 판매한 ‘템플턴차이나펀드A’가 51.37%(지난 1~7월 기준)로 최고 수익률을 올렸다. 이어 기업은행의 ‘KTB마켓스타주식A’(47.46%)와 우리은행의 ‘한국삼성그룹주식A’(44.96%)가 뒤를 이었다. 반면, 하나은행의 ‘한화라살글로벌리츠재간접1A’(-11.30%)와 씨티은행의 ‘템플턴글로벌주식A’(2.64%)가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각 은행이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판매한 5개 펀드의 5~7월 평균 수익률 순위도 작년 하반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기업·우리·국민은행이 비교적 높았던 반면, 하나·외환·씨티 등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투자 성향에 맞게 펀드 골라야”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 및 아시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한 은행들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작년 하반기~올 상반기에 많이 팔린 펀드 7개(3개는 중복) 중 5개가 한국에, 나머지 2개는 중국,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였기에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중 판매 상위 9개 펀드(1개는 중복) 중 5개가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여서 상대적인 수익률이 떨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리츠나 해외 펀드를 많이 판 것은 예금금리+α(알파)의 수익률을 고객들에게 안정적으로 돌려주겠다는 회사의 펀드 판매 철학 때문”이라며 “단순히 올해 국내 증시가 좋았다고 해서 국내 펀드만 판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해외에서 오래 팔리고 수익률이 검증된 상품을 판매했다”며 “단순한 ‘대박’ 상품보다는 고객에게 안정적이면서 꾸준한 수익률을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 증시의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있어 앞으로 펀드 수익률의 향배 역시 예측을 불허한다.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세계적으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최근 세계 증시 동반 하락 시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한국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허진영 애널리스트는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의 추천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성향이나 상황에 맞는 펀드를 골라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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