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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생이 들려주는 독서와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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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생이 들려주는 독서와 논술

 

 

밥먹듯 ‘책탐’에 푹~ 글쓰기 어느새 술술

 

[한겨레 2006-11-06 16:42]    

[한겨레] 서울 법대1학년 문승기씨가 들려준 ‘나의 독서기’ /


“독서 내공 쌓으니 논술이 쉬웠어요”

 

매일같이 서너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아무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해도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서울대 법대 1학년인 문승기씨는 그랬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줄곧 책에 파묻혀 살았다. 고등학교 땐 공부 때문에 많이 읽지 못했지만, 대학에 와서 또 책을 달고 산다. ‘책벌레’ 문씨를 만나 학창 시절 독서 얘기를 들어봤다.

 

약간 거무스럼하지만 앳띤 얼굴. 새내기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데 사투리는 심하지 않다. 목소리는 낮지만 강단이 있다. 공손함이 몸에 붙은 태도로 보아하니 영락없는 ‘범생이’과다.

 

올해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문승기(19)씨. 첫 인상은 ‘영특함’보다는 ‘순박’에 가까웠다. 기숙사 앞 벤치에 앉아 얘기하는 내내 그는 시골아이 같은 풋풋함을 풍겼다. 하긴 서울 사람들은 부산도 촌이라고 하니, 그는 ‘부산 촌놈’인 셈이다.

 

하나 얘기가 길어질수록 간단치 않은 내공이 엿보인다. 뭘까? 시간을 돌려 돌려 그의 어린 시절을 토해내게 했다.

 

집은 부산시내에 있는 작은 철물점. 정확히는 철물점 뒤에 딸린 두 칸짜리 주택. 아버지, 어머니는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철물점을 운영했다. 어머니는 주로 가게를 지키고 아버지는 배관이나 수도 등 자잘한 집수리 공사를 나갔다. 수입은 빤했다.

 

어머니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책을 읽어줬다. 새벽에 일어나서, 낮에 철물점 손님이 없을 때, 밤에 잠자리에 들때 어머니는 ‘책 읽어주는 천사’로 변신했다. 형편상 새 책을 많이 사지는 못했지만, 옆 집, 사촌 집 등에서 얻어온 책들을 어머니는 보물인양 다뤘다고. 5살 무렵 문씨는 글자에 눈을 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번은 아빠가 자격증을 따려고 열관리사 책을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 책은 그림도 있고, 이상한 숫자도 보여서 너무 읽고 싶었어요. 그래서 읽겠다고 졸랐더니 어머니가 허허 웃으며 대신 읽어주셨죠.”

 

그가 책에만 빠져 살자, 아버지는 걱정이 됐다. 그래서 틈나는대로 문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옷이 흠뻑 젖도록 뻥뻥 공을 찼다. 덕분에 축구는 지금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어머니는 본격적으로 책을 사 나르기 시작했다. 아들 손을 붙들고 1달에 2~3차례씩 서점에 가, 갈 때마다 대여섯 권씩을 사줬다. 문씨 말을 그대로 옮기면 “어머니는 책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그 때문인지 문씨의 집은 지금도 전세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네 친구들하고 1~2시간 뛰어놀고 집에 들어와 꼭 책을 읽었다. 하루 평균 3~4권을 습관적으로 해치웠다. <아기 코끼리 점보>, <스크루지>, <멋쟁이 고양이> 등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초등시절 독서 목록.

 

‘책벌레’가 되니 자연스레 글쓰기도 잘 됐다. 따로 시간을 내서 글짓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는 감상문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하루 3~4권씩 원없이 책읽고, 중3때 손댄 논술서 사고력 키워…


고교때도 주말에 짬내 1~2권씩, 책 재미있냐고요? “언제 봐도…”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문씨는 왕성한 독서욕을 채워 나갔다. 학교 앞 가게에서 군것질 하는 꼬마애들처럼 뻔질나게 서점을 들락거렸다. “죽 훑어 보고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은 긁어왔다”고. 여기에 또 다른 책 공급처까지 생겨 그를 행복하게 했다. 어머니가 서울대 법대 다니는 아들을 둔 계몽사 아줌마를 알게 된 것이다. 계몽사 아줌마는 엄청난 양의 책을 소개했다. 세계문학전집, 동화 시리즈, 과학 시리즈, 우리나라 문학전집…. 덕분에 그는 중학 시절 ‘원 없이’ 책을 읽었다.

 

이 시기 그는 다독과 함께 정독과 반복읽기의 습관도 들였다. 어느 순간 읽은 책들 가운데서 또 읽고픈 책들이 생겼다. 그래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이런 책들을 꽂아 놓고 두고두고 읽었다. 그냥 심심할 때, 기분이 우울할 때, 공부하기 싫을 때, 마음이 기쁠 때 일삼아 쉬엄쉬엄 읽었다. 이 때 수십차례씩 읽은 <플루타르크의 영웅전>, <모모>, <어린 왕자> 등은 지금도 손이 가는 책들. <어린 왕자>는 무려 50차례나 읽었단다. 이유는 “이야기 자체가 순수해서.”

 

중3 때 논술에 손을 댔다. 친구 엄마가 한 독서논술업체 강사를 소개한 게 발단이 됐다. 문씨는 그 친구와 한살 아래인 자신의 동생과 함께 팀을 이뤘다. 1주일에 한차례 2시간. 신문이나 시사 자료를 읽고 요약하고 그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말했다. 책 한 권을 정해 읽고 내용을 정리한 뒤 토론을 벌였다. “공부라는 생각은 전혀 안들고 그저 같이 모여서 얘기하는 분위기였다”고 문씨는 당시를 회고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물리적으로 책 읽을 시간을 낼 수 없었다. 하루에 30분 날까말까 했단다. 평일에는 거의 못 읽고 주말에 1~2권 정도 읽었다. 초·중학교 시절 독서량에 견주면 10분의 1 수준. 그래도 두 달에 한번은 꼭 서점에 들러 눈에 띄는 책들을 샀다. <사회를 보는 논리> 같은 사회과학 서적과 <재미있는 물리상식> 같은 과학책에 손이 많이 갔다고. 다 읽진 못해도 넘겨보다 구미가 당기면 정독했다.

 

예까지 듣고 보니 그의 내공은 결국 ‘책’에서 나온 것이었다. 셀 수조차 없이 읽은 책들이 그의 입을 통해 말로 나오고, 그의 눈을 통해 빛나고, 그의 몸과 마음을 통해 강인함을 발산하는 것이었다. 새내기가 이렇게 완벽해도 돼? 라고 물어보려던 찰나, 그는 “강의 시간에 교수님이 책을 언급할 때면 아하~하고 고개가 끄덕거려져요. 신기하죠. 예전에 읽었던 책 내용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이라며 질문을 원천봉쇄했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던졌다. “책이 그렇게 재미있었나요?” “언제 읽어도 재미있는 게 책이예요. 그뿐인데.” 쩝, 할 말이 없다. “그럼 앞으로도 쉴 새 없이 책을 읽을건가요?” “살아 있는 한.”

며칠 전 문씨는 학교 도서할인전에서 10권을 뭉터기로 샀다.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며칠 안에 독파해보겠단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책을 빼면 그의 삶의 그림이 어떨까 그려질까라는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폭넓게 일고 깊게 사고한 뒤 쓰기 훈련을…

 

문승기씨가 말하는 ‘논술공략법’/


문승기씨의 수능 성적은 471점. 서울대 법대 갈 점수로는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논술에 자신이 있었다. 결국 그는 합격했다. 문씨가 논술을 위해 준비한 것은 중3 때부터 한 독서토론 모임이 전부. 논술을 공부한다기보다는 밥상머리 토론처럼 부담없이 얘기를 하는 자리였다. 수능을 본 뒤에는 상경해 두달 동안 논술학원에 다녔다. 주요 기출문제 풀이, 예상문제 연습 등 벼락치기를 시키더란다.

 

문씨는 독서토론이나 논술학원이 논술시험에 도움이 안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초·중학교 때 읽었던 책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일상 생활이나 사회 현상과 연결지어 생각을 하게 되는 발상훈련이 저절로 됐어요. 그 때마다 노트를 꺼내 간단하게 정리를 해두곤 했죠. 이런 것들이 시험장에서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그는 지난해 논술 답안을 작성할 때, <꽃들에게 희망을>, <다시 본 어린 왕자> 등 예전에 읽었던 책들 가운데 몇 구절을 인용했다. 여기에 평소 익혀뒀던 발상법을 적용해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했다.

 

문씨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논술은 깊게 생각하게 하는 훈련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을 한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다방면에 걸쳐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게 첫번째 주문. 논술에 얽매이지 말고 평소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꾸준히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독서습관이 몸에 붙으면 글감을 모으고, 자기 의견을 짧게나마 써보면 좋다. 마지막으로 논술 기출문제를 보며 습작을 해보라고 문씨는 조언했다.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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