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시대 열렸다

암 예방시대 열렸다

美 FDA, 자궁암백신 ‘가다실’ 첫 승인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

암 ‘예방시대’가 열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8일 미국 제약회사 머크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Gardasil)의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 판매를 승인했다. 암을 막기 위한 백신이 개발돼 시판 허가를 받은 것은 세계 최초로, 향후 다른 종류의 암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 예방이 어려웠던 난치병들에 대한 백신도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궁암은 주로 성관계에서 감염되는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에 발병하는데, 이 백신은 9~26세 여성에게 접종을 할 경우 HPV 감염을 막아 자궁암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 머크사는 특히 자궁암의 발병원인 중 70% 가량을 차지하는 2개 종류의 HPV 예방에서 가다실이 100%의 효능을 보였으며, 또다른 HPV 2개 변종에 대한 예방률도 99%에 이른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통용된 암 예방접종은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해 간암 발병률을 낮추는 정도였으며, 직접 암을 겨냥한 백신이 승인된 것은 처음이다. 성인 여성의 절반은 적어도 일생에 한번 이상은 HPV에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50세가 되기 이전에 80%의 여성들이 HPV에 감염된다는 통계도 있다.해마다 전세계에서 자궁암으로 숨지는 여성은 24만 ~ 29만명에 이른다. 머크는 가다실 판매로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머크는 유럽과 호주, 싱가포르 등 50개국에서 판매승인 신청을 내놓았으며 내년부터 백신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2008년 시판을 목표로 승인 신청을 내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자궁암백신 ‘서바릭스(Cervarix)를 개발, 승인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접종 대상 연령이 낮고, 여러 차례 접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격이다. 가다실은 6개월에 걸쳐 3차례 주사해야 하는데, 미국내 접종 비용은 총 360달러(약34만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지속기간은 4~5년. 자궁암 발병이 30대 이후, 특히 40~50대 중년 여성들에게 집중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10대 때부터 4~5년 간격으로 값비싼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예방효과를 높이기 위해 10대 여학생들의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순결교육을 강조하는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또 비싼 가격 때문에 정작 자궁암 발병률이 높은 개발도상국과 빈곤국 여성들은 혜택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한편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박종섭 산부인과 교수는 “앞으로 젊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으면 감염을 막아 80%정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정은·이진우기자 koj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