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연속성보다 정치 안정이 중요
- 분권형은 퇴색.. 책임총리만 유지
[이데일리 박기수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고심 끝에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을 참여정부 세번째 총리로 지명했다. 지난
14일 아프리카 순방에서 귀국해 이해찬 전 총리의 사의를 수용키로 한 뒤 열흘만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택을 위한 고민은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어제(23일)까지 "방향도
못잡고 있다"고 했고, 오늘(24일)도 이례적으로 참모진을 불러 모아 의견을 듣기까지 했다.
이같은 고민은 남은 임기 2년간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이병완
비서실장의 말대로 "(참여정부가) 좌초도 했고, 폭우도 만났다"고 말한 것처럼, 탄핵과 경기부진 등으로 인해 바람 잘 날이 거의 없었다.
특히 야당과의 관계가 오랜 기간 평행선을 그려온 점이 이번 선정과정에서 최대 고민거리였다. 노 대통령이 지난
17일에야 참여정부들어 처음으로 여야 원내대표와의 저녁 회동을 가질 정도다. 노 대통령은 이런 경색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그 자리에서
'대화정치'라는 말로 표현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연속성도 정치적인 안정만큼 중요하다. 이 비서실장은 총리 지명이 이뤄지기
전에 "대통령께서 정책의 연속성과 정치적인 분위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 지명자의 경우에는 여성이란 프리미엄을 가지면서 정치적인 안정감을 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고,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양극화 해소와 한미FTA협상,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의 정책에 있어서는 김병준 정책실장이 한발 앞서 있었던 셈이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한 지명자 선택은 대통령 자신이 국정과제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는 모양새로 풀이된다. 한
지명자가 경제공부를 해왔다고 하지만, 참여정부 국정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기에는 역량이 달릴 수 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이런 점에서 끝까지 김
실장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일단 한 지명자가 선택된 이상, 총리의 역할을 그 이전과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이해찬 전 총리의 경우는 '분권형
책임총리'의 역할을 해왔지만, 한 지명자는 '분권'을 떼어놓은 '책임총리'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이해찬 전 총리가 해온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정책 역량보다는 정치적인 점을
고려했다는 점을 강조해, 사실상 '분권'이란 역할은 상당히 퇴색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결국 이 지명자가 총리라는 구도 하에서는 이해찬 총리시절보다 일상적인 국정운영에 한발 다가서게 될
보인다. 정치적인 안정을 택한 이상, 일상적인 국정까지 직접 챙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다.
물론 정치적 안정의 키포인트인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지방선거와 관련한 정략적인 문제로 인해 한 지명자에 대해 '당적
포기'를 조건으로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정치색이 엷다는 점을 볼 때 크게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도 노 대통령의 한 지명자 선택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비서실장은 한 지명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 문제와 관련, "언론에 한 의원이 거론됐을 초기에 야당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 것 같지는 않는데...,"라며 야당의 반대가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 지명자의 '김대중의 사람들'이란 불릴 만큼, 과거 정부와 민주당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도 이번
한명숙 카드가 나온 이유로 이해된다.
한명숙 카드로 정치적인 안정이 예상대로 담보된다하더라도, 한 지명자의 국정운영 능력과 책임 총리로서의 역할은
미지수인 만큼, 장고 끝에 내린 노 대통령의 선택이 어떻게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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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수 (blessyou@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