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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측 깜짝 놀라게 한 한국 로켓발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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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측 깜짝 놀라게 한 한국 로켓발사대

 

솟아라 대한민국!… 우주강국 첫발 내딛었다

고흥=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조선일보

입력 : 2009.06.12 03:02

 

 

발사체 포함 8200억 투자 국내기업 참여 80% 국산화
기술제공 러시아도 깜짝 내달 30일 '나로호' 발사

대한민국을 우주로 나가게 해줄 '우주항구'가 개통됐다. 다음 달 말 이곳에서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성공리에 발사되면 우리나라도 당당히 위성 자력 발사 국가가 된다. 한국이 선진국 주도의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신호탄이자, 파급 효과만 수조원에 이르는 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독자 기술로 우주 선진국 반열에

나로우주센터는 외나로도 중턱을 깎아 만든 총 507만㎡의 부지에 발사대 등 최첨단 우주발사체 관련 장비를 갖추고 있다. 2000년 12월 공사를 시작한 이래 준공 때까지 3200억원이 투자됐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무(無)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나로우주센터 건설기술의 80%를 국산화했다"고 말했다.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미국으로부터 발사 추적·계측·통제 장비를 도입하기로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미 국무부가 도입 직전 국가 전략산업이란 이유로 수출을 불허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기술도입선을 급하게 바꿔 비행종단시스템은 이스라엘, 원격자료수신장비와 광학추적장비는 프랑스로부터 분산 도입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

발사대 기술을 지원하기로 한 러시아는 기술보안 논란 때문에 발사대 설계도를 당초 계획보다 한참 늦은 2007년 3월에서야 보내왔다. 그 때문에 2008년 하반기까지 완성하기로 한 일정을 맞추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러시아측은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도 2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불가능한 일정'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들은 A3 용지 2만1631쪽에 이르는 방대한 설계도를 밤을 새워가며 일일이 국내 부품 규격에 맞도록 수정했다.

한국의 기업들도 저력을 발휘했다. 발사대 제작을 맡은 현대중공업은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에서 축적한 기술을 활용, 초당 900L의 물을 살포해 발사체가 내뿜는 엄청난 화염을 식히는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 지하에 있는 전선들이 섭씨 수백 도의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차폐벽도 개발했다. SK C&C는 공간 문제로 발사대와 제어실이 다른 곳에 세워지자 수백 도의 고온에도 문제없는 통신 기술로 두 시설을 연결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발사장을 처음 건설하는 나라가 여러 기업들이 각 부분을 나눠 건설하도록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마침내 설계도를 받은 지 19개월 만인 2008년 10월 발사대가 완공됐다. 올 3월에는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4배나 많은 성능시험도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자 "한국이 계획하는 일정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던 러시아측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발사장에 세울 발사대 건설에 우리와 함께 참여하자"고 제의해왔다.

수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예상

나로호 개발에는 5025억원이 들어갔다. 나로우주센터까지 합하면 나로호 발사에 82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자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이 투자 대비 효과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한다.

우주탐사에서 비롯된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선박·승용차·트럭·휴대전화로까지 진출한 데서 보듯 우주선과 우주인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 신상품 개발로 속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글라스와 브래지어의 형상기억합금, 자기공명영상(MRI)도 우주 기술에서 나온 것이다. 덕분에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세계 최대의 발명가 집단인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나로호 역시 3조원에 육박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이미 두원중공업은 발사체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특수 용접기술을 산업용 내압용기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나로호 발사통제·관제, 시뮬레이터 기술을 선박 자동화 시뮬레이터에 활용하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위성에 실린 저잡음 전력장치를 환경방사선 감시기에 적용했다.

안보까지 감안하면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우주발사체는 탄도 대신 위성을 실을 뿐, 기본 원리에서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일본이 2001년부터 발사한 우주로켓 H-2는 미사일로 전환할 경우 사정거리가 1만5000㎞에 달한다는 전직 미국 관리의 분석이 담긴 책이 출판된 적도 있다. 유사시 우리도 비슷한 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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