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가장 상처받는 말… "말이 안 통해요"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5-08 03:07 최종수정 2009-05-08 08:22
자녀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엄마랑은 정말 말이 안 통해." "휴대폰으로 여태 문자 메시지 하나를 못 보내요?"
사려 깊은 자녀라면 부모 앞에서 이 같은 말은 삼가야겠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드릴 때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보다는 색다른 인사말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조선일보가 50대 이상 중·장년층 커뮤니티인 '시니어 통'(www.rebom.co.kr) 회원 205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평소 자식들에게 가장 상처받은 말'에 대해 "아버지(어머니)와는 말이 안 통해요"(36.2%)가 1위였다. 2위는 휴대폰, 인터넷 같은 기계 작동을 두고 자녀들이 흔히 던지는 "이것도 못 하세요?"(23.5%). 다음이 "바빠서 못 찾아 뵙겠습니다"(21.2%)이다.
'어버이날 자식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41.2%)가 1위. 2위는 "저희 걱정은 마시고 이젠 부모님만 위해서 사세요"(30%)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18%)는 3위였다.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은 현금(48%), 임플란트·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20.8%), 휴대폰 등 최신형 전자제품(15%) 순이었고, 어버이날 자녀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은 여행(38.4%), 오붓한 대화(28%), 외식(19.3%)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이 나이 든 부모와 대화를 나눌때 자존심을 살리는 방식을 유념하라고 권한다. 정신과 전문의 박진생씨는 "부모가 나이 들어 경제력 등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면 '이것도 못하네' '말이 안 통하네' 같은 사소한 말에 쉽게 상처받는다"고 말한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인 것은 "많은 한국 부모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가장 중요한 업적을 '자식 잘 키운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박정희 이레아동가족상담연구소장은 "혼자서 충분히 결정할 수 있는 일도 부모님 의견을 구하라"고 조언한다. "자식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자존감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기 때문에 두툼한 현금봉투보다 몇 배 더 큰 기쁨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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